53. 작은형
내 인생에서
형들의 존재는 정말 든든한 힘이었다.
특히 작은형과는
가끔, 아니 거의 수시로
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.
돌이켜 보면
만약 형들이 없었더라면,
그리고 내가 그렇게
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으면서도
기댈 곳 하나 없이 혼자였다면
과연 버텨낼 수 있었을까.
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.
그때 나는
완전히 올인이 된 상태였다.
막막했다.
물론 그런 막막함도
살면서 몇 번이고 겪었고
어떻게든 빠져나오곤 했다.
하지만 이번에는
조금 달랐다.
이제는 정말
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
생각이 들었다.
도박판에는 의리가 없다.
예전에 힘들어하던 동생들에게
내가 종종 도움을 준 적이 있어서
내가 어려울 때
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었다.
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.
그 이상도,
그 이하도 아니었다.
그때도
친한 동생에게
잠깐 숨통 틀 정도의 도움은 받았다.
하지만 그걸로는
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었다.
그 무렵
작은형에게 전화가 왔다.
혼자 떠돌며 사는 동생이
얼마나 한심해 보였겠는가.
“요새 우째 사노?”
“어… 뭐 그냥 살지…”
나는 얼버무리듯
말끝을 흐렸다.
하지만 형은
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
바로 눈치챈 것 같았다.
형은 양산에
투자 겸 전원주택 하나를 사두었는데,
내가 거기 가서
집 관리도 하면서
한동안 지내보라는 것이었다.
나는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았다.
‘그래.
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.’
그 생각 하나로
서울 생활을 정리하고
양산으로 내려왔다.
집은
100평쯤 되는 전원주택이었다.
혼자 지내기엔
조금 큰 집이었다.
그래도 형 부탁도 들어주고,
나도 머물 곳이 생기니
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.
동네에는
비슷한 전원주택
스무 채 남짓이
작은 마을처럼 모여 있었다.
그때가 봄이었다.
들꽃 향기가
온 동네를 가득 덮고 있었고,
해 질 무렵이면
고즈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
조용하고 평화로웠다.
붉은 노을이
따뜻했던 하루를 천천히 녹이듯
검노랑빛으로 물들여 가는 풍경을
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
마음도 조금씩
가라앉는 것 같았다.
하루하루
평온하기만 했다.
하지만 그렇다고
마냥 백수로 지낼 수는 없었다.
문제는
그 동네가 워낙 변두리라
차 없이는 생활이 꽤 불편했다는 것이다.
그러던 어느 날
형이 말했다.
지입해서 하는 일을 한번 알아보면
자기가 돈을 지원해주겠다고.
정말 고마웠다.
그리고 그렇게 해서
나는 편의점 납품 일을
시작하게 됐다.
작은형 덕분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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